세계의 주인. 되소서, 부디. 부글부글

카아악 퉤잇 - 아무리 티벳에 관심이 없더라도

여느 대학들이 그렇듯, 우리 학교에도 중국인 유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석사과정에는 부설된 한국어 교육원을 통해서 들어오는 학생들이 속속 생겨나는 중이다. 내가 처음 학부 입학할때만 해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던 중국유학생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급기야 3학년 무렵엔 종종 어울려 식사하러 돌아다닐 정도로 여러 클래스메이트들이 생겼다. 석사 입학 후엔 거의 붙어다니는 친구들이 80%가 중국학생들이 될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대학 3학년때, 갑자기 늘어난 중국 유학생들에 적응을 못하고 있을 무렵, 내겐 친구 한명이 생겼다. 갓 신입생으로 들어온 빠른 88년생 아가씨였는데 자그마한 키에 아주 앳된 얼굴이 귀염성 있어 인기가 많았다. 나와는 학과가 달랐지만 어쩌다보니 옆자리에 앉게되어 그 이후 자주 어울리게 되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이기에 레포트도 봐주고  한국어도 가르쳐주며 친해지게 된 것이었다. 어느 날 수업시간 중간의 휴식 중에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키에, 한국 말고 다른 외국여행 다녀본적 있어?"
"응, 있어,"
"어디어디 갔어?"
"으음... 일본하고 말레이시아."
"재미있었겠네. 대만이나 러시아는? 가본 적 없어?"

라고 했더니, 금방 정색을 하더라.

"대만은 나라 아냐. 그냥 중국이야."

순간 5초 정도 침묵이 흘렀고 어색해진 나는 웃으며 음료수를 홀짝여야했다. 만일 내가 '티벳은?'이라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열 아홉살의 여학생 입에서 엄연히 독립되어있는 한 나라에 대한 부정을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걸지. 물론 우리나라도 북한에 대해 언제나 같은 민족이란걸 강조한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나라같은 특수한 경우일뿐. 거기다 남한은 그 나라에 대한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여기서 잠시 이북5도청의 역할에 대해 묵념.) 공식적으로 괴뢰군이라는 용어는 쓰지 않게 되었으며 비공식적으로는 그보다 더 오래되었지 않는가.

그닥 그애의 조국에 대한 생각을 건드리고 싶진 않았지만 갑자기 다른 생각도 들었다. 혹시 이 친구들은 한국도 비슷하게 보고 있는거 아닐까?  서울을 한성이라고 부르던 그네들의 풍습도 그런 걸 보여주는게 아닐지.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는 것 까진 좋다. 우리나라도 이런 작은 분단국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마음만은 세계의 중심 아니던가. 각자의 조국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는 것 까진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일방적으로 타국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야 뭐 마음속 깊이 중국에 대한 무시를 가지는 못된 습성이 있으니 그저 그런 현상을 스케일 큰 자위로만 볼 뿐이지만 티벳이라면 상황이 다르겠지. 누가 뭐래도 그 명줄을 쥐고 있는 거대존재에 대한 것이니 말이다.

부디 자비로운 대국 인사들께서는 이 작은 나라에 대해 그와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남의 나라에서 배짱좋게 그 나라의 공권력을 공격하는 학생무리를 보니 그런 바람은 조금 무리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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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모범답안 2008/04/28 09:10 # 답글

    대만은 나라 아니라, 중국의 일개 성(省)이라는게 그 귀여웠다는 유학생아가씨. 그리고 절대다수의 중국인민, 그리고 중국 정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걱정하신 그대로, 그들은 우리도, 베트남도 여전히 지들의 제후국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 베트남은 그런 문제로 인해 중국과 정치외교적으로 부딛히고 있지는 않으니 그들의 '주인'의식이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리고 정말 안타까운 것은, 한성이라는 이름을 우리 스스로 지었다는 사실이지요. 그들이 우리의 주인인냥 행세하는데는, 우리 스스로 그들의 종인냥 행세한 역사가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수 없어 속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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