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자, 장기투숙!

 
<사진은 삭제했습니다.>

  바다 건너의 바깥 나라에 가본 적은 총 3번이다. 3번 다 1개월이 조금 넘는 여행이었고, 3번 다 한 도시에 거점을 두고 생활하며 지역여행을 위주로 즐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게 나갔다 올 때마다 사람들은 왜 귀중한 시간에 그렇게 느긋하게 여행을 했느냐고 묻더라. 그 때나 지금이나, 트렌드라면 역시 호텔팩으로 떠나는 1개월짜리 유럽 배낭여행인데. 내가 이런 식의 여행을 고수하는 이유는 세가지 원칙 때문이다. 첫째로, 나는 여행의 목적을 견문의 확장도 중요하지만 타지역의 문화에 가능한 한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둘째로, 언제나 돈이 달리는 저렴한 여행을 선호하다보니 거점을 잡고 짧은 여행을 연속시키는 것이 더 저렴하게 든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셋째로, 귀중한 시간에 기차와 버스 안에서 하루의 일정부분을 보내는 형식보다는 그 시간에 1분이라도 더 그 땅을 밟고 공기를 마시는 쪽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몸은 이것을 '장기투숙여행'이라고 이름 붙였다.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써놓긴 했지만, 역시나 돈 없고 겁 많은 여행 초보의 소극적 여행이라는 질타는 피할수가 없다.;;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이다. 시간과 돈은 때때로 정비례하고 때때로 반비례한다. 물가와 생활비가 비싼 지역은 체류기간만큼 돈이 나가는 형태를 지닌다. 저렴한 지역에서는 오래오래 머물수록 여행은 길어지지만 여행자금상으로는 기간대비 이득이 된다. 이런 상황을 잘 파악해서 체류지역과 기간을 정하는 것이 장기투숙여행이다. 전자의 경우는 서유럽과 남유럽 전역에 해당되는 이야길테다. 오래된 관광도시로서 볼 것도 많고 체험거리도 많지만 물가와 숙박료가 상당하기 때문에 타지역으로의 교통비+타지역에서의 숙박비보다 현지에 눌러앉는 장기투숙여행이 더 부담이 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실제로 자유배낭여행을 다녀온 오라버니는 각각 하루 혹은 이틀 코스로 영-프-스-베네룩스 등등을 흟듯이 내려와(...) 독일부터 슬슬 짐을 풀더니 체코와 헝가리 등지에서는 아주 살림을 차리고 노셨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마다 쓴 절대적인 지출액은 비슷비슷하다니. 

  이런 식의 여행에선 어느 나라에나 있는 호스텔을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일정기간을 빌릴 수 있는 저.렴.한. 레지던스를 빌리던가 저.렴.한. 홈스테이에서 머무는 것이 좋다. 어차피 자리 잡고 다닐 태세라면 숙박료가 좀 덜 나가도록 도심지가 아닌 변두리나 위성도시에 잡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자전거 여행이면 더욱 좋겠지만 없다면 대중교통은 어떠한가. 그렇게 거점을 잡고나면 근교여행은 절반 성공이다. 물론 도시마다 교통여건이 다르기야 하지만 통을 크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내 나라를 나온 이상, 걷는 길이 여행지이며 보이는 거리가 관광상품인 것을 잊지만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특히나 이렇게 있다보면 며칠 뒤엔 동네 상인이나 펍, 카페의 단골들과도 말을 틀 수 있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같이 배낭여행하며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로망이지만, 생판 모르는 남의 나라에 이웃들을 만들어놓고 돌아간다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몸은 이따금 미래에 살림을 차릴 수 있는 곳을 후보지로 점찍어두고 장기투숙여행을 할 계획을 세우는 꿍꿍이도 있다.;

  해볼만하지않은가? 장기투숙여행. 10개국을 한달만에 도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제2의 (마음의-_-)국적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다. 나야 이제 졸업을 했으니 학생때만큼 자유롭게 계획을 짤 순 없겠지만, 아직 내가 꿈꾸는 몇 몇 도시들을 이렇게 여행할 계획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견문은 넓은 것이 좋다. 하지만 좀 더 좁은 대신, 좀 더 깊어도 상관없을 것이다. 뭐, 어떤가. 아직 젊은데.^-^
by 보라주의 | 2008/03/25 00:41 | 가보라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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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時雨 at 2008/03/25 01:34
저도 이상적인 여행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실천을 한 적은 없습니다만;;
언젠가 그런 식으로 여행하고 싶네요.
Commented by 보라주의 at 2008/03/25 23:14
팔자좋은 여행 축에 속하죠^^
활동적이고 피가 끓는 분들은 잘 못하십니다. 바쁜 직장인 분들도 어려울테고.
우리나라도 서양처럼 휴가가 십수일씩 한번에 주어진다면
전혀 모르는 도시에서 푹- 쉬다 오는 것도 좋을텐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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