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이 아니라 데이트 '폭력'이지! 부글부글

  친히 우리 동네까지 놀러와주신 L언니를 접대코저 빕#에 갔더랬다. 집에서 가까운 구로디지털역 점으로. 고복격양을 몸으로 실천하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전통된장 숙성창고인 스타벅스에서 긴 수다를 즐겼다.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전거를 앞세웠는데 대림 사거리 즈음에서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다. 호프집이 있는 건물의 어두운 골목에서 나는 소리였다. 겁도 났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기에 자전거를 세우고 인파속에 들어갔다. 바로 직전까지 남자에게 얻어 맞은 듯 한 퉁퉁 부은 얼굴의 여자와 가해자로 추정되는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중재를 하려는 듯 다른 남자 두 명이 가운데 있는 모습이었다. 정의의 사도 L언니도 나서서 말리려는 듯 보였지만 아무래도 위험해 보여 그만두게했고, 그저 군중의 일원으로 지켜보았다. 남자는 사람들이 몰려오자 곧 폭행을 그만두었고 여자를 인도로 끌고나왔다. 

  갖은 상상을 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성과 20대 중반 여성의 대화 치고는 비범했기에.
"네가 감히 날 의심해?"
"날 이렇게 만들고 잘 될것 같아?"
등등등, 길 가다가 만나 배틀을 뜨는 상황이라거나 부녀지간으로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대화들이었다. 결론은 (아마도)연인사이? 아무렴 어떠리. 마치 빚쟁이가 돈을 받듯, 경찰서 가면 별 수 있을 것 같냐고 소리 지르며 여자를 끄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우리는 그 폭행을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나와 L언니를 포함한 군중들은 남자를 노려보며 그가 여자를 끌고가지 못하게 에워쌌다. 그 사이에도 연인사이를 추정하게 만드는 온갖 언사들이 난무했다. 사람들이 점점 몰려든 후엔 늦은 시간을 감안해 자리를 떴고 이후의 일은 모르겠다. 왠지 무서워져서 열심히 페달을 밟은 기억 밖엔;;

  이런 것까지 국적을 따지며 해결하는건 아이러니 하지만, 우리나라의 데이트 폭력은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될만큼 심각하다. 여자들은 맞는 것을 수치스러워 하고 남자들은 본인이 여자보다 강하다는 것을 지나치게 잘 인식한다. TV드라마에선 연인과의 다툼에서 서로의 따귀를 때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통과의례가 된 듯 하다. 그러고도 다시 사귀는 걸 보면 용하다 싶을 정도로. 오죽하면 곽 모 배우가 아내이자 동료 배우인 이 모 배우와의 폭력설에서 "폭력은 무슨. 따귀 몇 차례가 오간 것 뿐이다."라고 변명을 할까. 따귀 한 대를 맞으면 전치 2주의 진단서가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이 쯤 되면 세기의 명문인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습니다."가 떠오른다.
 
  장담할 수 있는데, 여자의 몸은 생각보다 약하다. 특히 툭 툭 치거나 손가락으로 찌르는 행동은 사실 꽤 큰 데미지를 준다. 무심코 옆구리를 찌른 사람에게 눈을 흘기며 따졌더니, 뭘 그딴 걸로 화를 내느냐는 사람도 있었다. 왜 그게 폭력이 되는 거라고 인식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안다. 남자들(특히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그 수십배에 달하는 고통도 기합과 얼차려라는 이름으로 수 년 동안 겪어왔다는 것을. 그렇지만 그렇게 폭행을 받으며 살아온 것이 타인을 아프게 하는 이유가 될 순 없다. 신체적으로 본인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 가져줬으면 하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 물론 모든 남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며, 같은 의미로 여자 중에서도 이런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왕왕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요는, [남자는 여자에게 손을 대지 말지니.]가 아니라 [강자는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지니.]가 되는 것이다. 무제한 체급의 여성 레슬러가 일반인 남자에게 실력행사를 한다고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별담으로, 사건이 일어난 곳은 파출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패트롤이 온다면... 30초?-_-;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시(?)를 하는 10여분 동안 경찰은 커녕 의경 순찰대도 보이지 않았다. 신고를 한지도 한참 되었는데 말이다. 뭐, 아래 아래 글에 써놓긴 했지만서도, 이 동네의 치안은 여기까지인 듯 해서 가슴이 아프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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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남자에게 맞는 여자를 구해줬을 때 2008/03/25 15:22 #

    '데이트' 폭력이 아니라 데이트 '폭력'이지!길바닥을 구르고 있는 나와 제 애인을 보곤 경멸에 가득찬 눈빛으로 한 마디 던지더라."흥, 너무 웃긴다."나는 그냥 웃긴 놈이 되어 버렸다.그 여자 그러고는 택시를 잡아 타고 유유히 사라지더군.나는 '내가 뭐를 잘못했나' 한참을 생각했다.그 두 사람에겐 때리고 맞는 것이 자연스런 연애의 일부인데 내가 괜한 사생활 침해를 저질렀던 것일지도 몰라.... more

덧글

  • 길가 2008/03/25 10:00 # 답글

    전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도 웃기더라고요.
    둘이 법적부부도, 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것도 아닌데
    폭력사건이면 폭력사건이지 데이트는 뭐고 연인사이면 뭐랍니까.
    더불어 '사내색히가 어떻게 감히 여자를 때려' 라는 말에는
    그 사내색히라도 여자에게 맞으면 안되고
    남자도 남자 때리면 안된다고 답해주고 싶더라구요.
  • chatmate 2008/03/25 10:12 # 답글

    본문 중 한 가지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
    요는, [남자는 여자에게 손을 대지 말지니.]가 아니라 [강자는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지니.]가 되는 것이다.
    -----------

    '데이트' 폭력이 아니라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씀 처럼, '강자는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말지니'가 아니고 '폭력을 행사하지 말지니'가 되어야겠죠.
  • 카라카스 2008/03/25 10:14 # 답글

    전치 2주 말씀하신 건 도리어 골계군요. 이쑤시개에 긁혀도 그정도 나옵니다.
  • 둥가 2008/03/25 10:32 # 답글

    남자든 여자든 사람을 때리는 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주여 2008/03/25 10:54 # 답글

    //주인장
    ......남자기준으로;; 살짝 건드렸는데[여기서 건드리다는; 진짜 간접적으로 살짝 건드린것]
    아프다는; 답변이 오는건;; 고통의 기준 때문이겠죠;;

    저희들끼리는 주먹이 오가며 피어나는 우정인데;;




    //카라카스

    뺨 치면 전치 2주 맞어요; 잘하면 더나와요.
    입안쪽이 터지거나; 부러지거나; 하면 전치2주 가볍습니다
    [일명 전체치료니까 ㅡ.ㅡ]
  • 제절초 2008/03/25 13:56 # 답글

    어떤 분께서는 여자를 두드려패는 남자를 뜯어 말렸더니 여자가 벌떡 일어나서는 살기어린 눈빛으로 '니가 뭔데 우리 오빠 때려!?' 라며 남친과 같이 그분을 두드려 패더랍니다.(...) 이건 뭔 개념인지.. .orz
  • 時水 2008/03/25 14:03 # 삭제 답글

    제철초//그건 좀 짱이군염
  • 라라라 2008/03/25 17:29 # 삭제 답글

    제절초 /어디서 인터넷의 거지같은 댓글을 보고 여기서 싸질르는지요. 결국 하려는 말이 뭡니까? 어디서 개념을 지껄이는지요ㅉㅉ
  • 제절초 2008/03/25 19:02 # 답글

    라라라// 아니 제가 왜 그런 말을 들어야 합니까? 세상엔 이런 개념없는 커플도 있다더라고 하는 것 뿐인데요;;;
  • loony 2008/03/25 19:19 # 답글

    제절초 // 인터넷의 거지같은 댓글에 반응하시면 안됩니다.
  • 지나가던무명 2008/03/25 20:37 # 삭제 답글

    제절초/ 헐 그건 또 뭥미...;
    loony/ 뿜었습니다 OTL
  • Amber 2008/03/25 22:44 # 답글

    남녀는 폭력이지만 게이가 싸우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게이커플이 싸우는걸 한번도 못봤어요
    주먹질일까? 싸대기일까? 아니면 머리끄댕이일까?
    여러가지 추측들만 난무할 뿐... -_-;;
  • 보라주의 2008/03/25 23:11 # 답글

    길가, chatmate, 둥가 / 그렇군요. 역시 폭력은 모두 근절되어야 하죠. 하지만 비등한 상황에서의 폭력보다 강자가 약자에게 강하는 폭력이 훨씬 더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카라카스 / 글쎄요. 제 말은 사람들이 그렇게 매체에 노출되다보니 폭력에 대한 개념이 희미해서 생긴 일이라고 보는데요. 따귀 한대만 맞아도 전치 2주라는 것이 아이러니 입니까? 이쑤시개에 긁혀 2주 진단이 나온다 한들 그것 역시 폭력이지요. 그런 쪽의 말장난은 아니라고 봅니다.

    진주여 / 하하하, 사실 그 부분은 제가 그냥 억해서 적어본거고;; 말하자면, 의식적인 폭력이든 무의식적인 폭력이든 우리를 아프게한다는 뜻입니다^^;'

    제절초 / 흠- 꽁트나 코미디의 소재로 그렇게 구성되는 것은 저도 보았죠. 드라마의 따귀난무랑 별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런 커플이 있다면 둘 다 철창에 집어넣어야겠죠

    시수 / 좀짱인듯;

    loony / 안되지요. 안되지요.

    amber / 게이도 폭력입니다. 남-남도 폭력이고 여-여도 폭력입니다. 싸우는 방식이라... 상상하고싶진 않네요.
  • Amber 2008/03/26 05:39 # 답글

    사실 게이들이 싸우면 대부분 말싸움에서 끝나는지라...
    이런 ^%#$^#$^년으로 시작해서
    $#%$%^$%&$&년(년이 중요)으로 끝나죠 -_-;
    어찌보면 참 평화적이랄까요...
  • thecatcher 2008/03/26 06:15 # 답글

    아.. 장난이라고 하지만; 옆구리 손가락으로 콕 찌르는 거 엄청 아픕니다 절대 하지 맙시다 남친이 장난으로 제 옆구리 손가락으로 콕콕 찍는데 제가 성질냈더니 이해 못하더라구요 -_- 그래서 피멍든거 보여줬더니 엄청 미안해하더라구요 암튼 하지 마세요 아파요 ㅠㅠ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피부가 연약한 경우가 많거든요 ^^;
  • 2008/04/15 19:12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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